타이레놀, 진통제인가 우울증약인가? 그 진실을 파헤치다

두통이 있을 때, 열이 날 때, 심지어 코로나19로 고열이 오를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대표적인 약이 있다. 바로 타이레놀이다. 하지만 요즘 인터넷과 SNS에서는 조금 다른 이유로 타이레놀을 복용한다는 이야기들이 눈에 띈다. “우울할 때 타이레놀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불안감이 가라앉는다”는 후기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게 사실일까? 타이레놀, 정말 마음의 통증까지 줄여주는 약일까? 지금부터 이 흥미로운 주장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중심으로 짚어보자.


우울감에 효과 있다는 후기들, 그 출처는?

타이레놀, 진통제인가 우울증약인가
타이레놀, 진통제인가 우울증약인가

실제로 온라인에는 타이레놀을 복용한 뒤 우울감이 완화되었다는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제 딱 하나 먹었는데 기분이 조금 나아졌어요. 플라시보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불안하고 잠이 안 올 때 한 알 먹으면 마음이 좀 진정돼요.”

이처럼 실제 복용 경험에서 비롯된 후기들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반응이 실제 약효 때문인지, 아니면 심리적인 기대감 때문인지는 좀 더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


해외 연구들이 밝혀낸 놀라운 결과?

흥미롭게도 이와 관련한 해외 연구도 존재한다. 일부 심리학 연구에서는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이 단순한 신체 통증뿐 아니라 감정적인 고통, 특히 사회적 상처나 부끄러움, 거절감과 같은 감정적 통증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타이레놀을 복용한 실험 참가자들이 감정적인 자극에 더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었고, 감정적으로 더 안정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신체 통증을 조절하는 뇌 부위와 감정 통증을 인식하는 부위가 겹쳐 있다는 점에 기반한 가설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국내 심리학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 연구는 흥미롭지만, 심리학 연구이지 의학적 효능을 증명한 임상 연구는 아닙니다. 일반 의학 치료로 활용하기엔 근거가 부족하죠.”


연구의 한계: 표본 수, 설문 문항, 해석상의 주의점

해당 연구들은 대체로 소규모 실험으로 진행됐다. 어떤 경우는 한 그룹이 10명, 다른 그룹이 15명 정도였고, 그 효과를 평가하는 방식도 우울증 치료에서 사용하는 표준 척도가 아닌, 감정 민감도나 자기 반응성 같은 심리 설문지였다.

예를 들어, “나는 비판에 민감한 편이다”, “놀림을 받으면 쉽게 상처받는다” 같은 문항으로 평가한 것이지, 의학계에서 사용되는 우울증 진단 기준이나 척도는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로 인해 연구 결과가 곧바로 우울증 치료 효과로 이어질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뇌과학적 해석, 통증 경로와 감정의 관계

또 다른 연구는 타이레놀이 뇌의 특정 부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신체 통증이 인식되는 뇌 영역—특히 전측 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과 같은 부위—이 감정적인 고통과도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타이레놀이 이러한 뇌 부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감정적인 고통도 줄여줄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영역이며, A가 B에 영향을 미치고, B가 C에 영향을 미친다 = A가 C에 영향을 미친다는 식의 유추에 불과하다는 한계도 함께 지적된다.


임상 치료제로서의 가능성? 전문가의 답변은 “글쎄요”

현재까지 타이레놀이 우울증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의학적 증거는 전무하다. 국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울증 치료제로 허가받으려면 최소 500명 이상 규모의 임상 시험이 필요합니다.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들은 소규모이고, 정식 임상 기준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절대 임상적 효능이 있다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현재 사용되는 우울증 치료제는 간과 신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타이레놀은 간 독성이 강한 약이다. 특히 술을 마신 상태에서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간 기능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후기들은 무엇일까? 플라시보 효과와 신체-정신의 연결성

그렇다면 왜 타이레놀을 복용한 사람들은 기분이 나아졌다고 말할까? 전문가들은 이를 플라시보 효과 또는 신체-정신의 상호작용으로 해석한다.

“정신과 신체는 분리되지 않습니다. 몸이 아프면 우울해지고, 우울하면 몸이 아프죠. 타이레놀로 통증이 줄어들면 그 영향으로 기분도 좋아졌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즉, 실제로 우울감 자체에 약물이 작용했다기보다는, 통증 완화에 따른 신체적 안도감이 정신적인 안정감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타이레놀은 우울감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객관적,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하나같이 타이레놀을 우울증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은 절대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구분 타이레놀 복용 시 주의 사항
1일 최대 복용량 4g 초과 금지
주의 상황 간 질환자, 음주 후 복용 금지
장기 복용 습관화 위험 있음

무엇보다 우울감을 완화하기 위한 ‘편법’으로 타이레놀을 계속 복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습관적으로 “기분이 가라앉았으니 타이레놀 한 알 먹자”는 식의 복용은, 어느 순간 부작용과 건강 위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마음이 힘들 때, 이렇게 해보세요. (해피 체크리스트)

마음이 아플 땐 약보다 더 근본적이고 안전한 방법이 있다. 실제로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활동들을 실천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해피 체크리스트

  1. 산책하기 – 햇볕을 쬐고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질 수 있어요.
  2. 명상하거나 요가하기 –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음의 긴장을 풀어보세요.
  3. 감정 일기 쓰기 – 상황, 감정, 생각, 행동, 결과를 차례로 적어보며 감정을 정리해보세요.
  4. 우울감 도배 금지 – 계속해서 부정적인 콘텐츠나 뉴스만 보는 것은 기분을 더 악화시킬 수 있어요.

그리고 2주 이상 우울감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일시적인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것이 오래가고 일상에 영향을 줄 경우에는 전문적인 개입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타이레놀은 분명히 훌륭한 진통제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까지 치료할 수 있는 ‘만능약’은 아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만으로 약을 복용하기보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을 선택하자. 우리의 정신 건강은 가볍게 다룰 문제가 아니다. 약은 정해진 목적에 맞게, 마음이 아플 땐 정해진 방법으로.

그게 가장 안전하고 현명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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