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낭만일까? 지옥일까 먼저 체크하세요.

“자연 속에 작은 집 하나 짓고, 텃밭을 가꾸며 조용히 살고 싶다.”
많은 이들이 한 번쯤은 꿈꿔보는 전원생활. 하지만 그 꿈은 현실과 얼마나 닮아 있을까요? 혹시 낭만이라는 포장 속에 현실의 어려움을 감춘 건 아닐까요?

전원생활을 20년 이상 전문가의 직접 경험에서 나온 생생한 조언을 통해 전원생활, 실버타운, 노인주택 등 다양한 노년 주거 형태에 대해 현실적인 시선을 나눠주셨습니다. 오늘은 그 내용을 중심으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중요한 포인트들을 함께 짚어보려 합니다.


“저는 못합니다, 벌레가 많아요”

먼저 교수님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전원생활은 철저히 준비하고 내려가셔야 해요. 저는 못 해요. 왜냐면 벌레를 무서워하거든요.”

실제로 시골 전원주택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자는 동안 옆으로 진해(지네)가 지나갔다고 합니다. 벌레에 대한 극심한 공포—이른바 인섹트 포비아(Insect Phobia)—가 있는 사람에게는 전원생활이 그저 공포 그 자체일 수 있다는 거죠.

자연과 가까운 삶을 동경하지만, 정작 그 자연의 ‘불청객’들과도 함께 살아야 한다는 현실. 낭만만 보고 무작정 떠났다가는 하루아침에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전원생활, 누구에게 맞을까?

전원생활 낭만일까? 지옥일까 먼저 체크하세요.
전원생활 낭만일까? 지옥일까 먼저 체크하세요.
구분 전원생활이 맞는 경우 전원생활이 어려운 경우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랐고, 자연이 익숙한 사람 벌레, 외로움, 어둠, 고립에 취약한 사람
가족과 함께 내려가는 경우 혼자 내려가고 인간관계가 낯선 경우
자연을 돌보고, 텃밭 가꾸는 걸 좋아하는 사람 실내 편의시설 없이는 생활이 불편한 사람
사전 조사와 준비가 철저한 경우 충동적으로 내려가 ‘이삿짐 풀며 후회하는’ 경우

전원생활은 맞는 사람에게는 ‘고향’이 되고,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유배지’가 될 수 있습니다. 혼자서 덩그러니 남겨진 집, 그리고 때로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운 지역 커뮤니티. 이 모든 것이 적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일 수 있습니다.


“병원이 가까운 곳이 좋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병원이 가까우면 안심이 되죠.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대형병원, 특히 3차 진료기관은 대부분 도심에 있습니다. 주변은 늘 앰뷸런스 소리로 가득하고, 장례식장도 인근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일 검은 옷을 입고 슬픔에 젖은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이 마음에 무게를 줄 수도 있습니다.

또 3차 병원은 응급 상황을 제외하곤 직접 가기 어렵고, 보통 1차 또는 2차 진료기관을 먼저 거쳐야 합니다. 이 점도 꼭 고려해야 하죠.


실버타운, 무조건 좋은 곳일까?

“실버타운이 어떤 곳이냐고요? 아주 다양합니다.”

교수님의 이 말처럼, 실버타운은 한 가지로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보증금 몇 억에 월 수백만 원이 드는 고급형부터, 월세 몇십만 원의 실속형까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성향’입니다.

성향 추천 실버타운 유형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함 도심형 실버타운
조용한 자연을 선호함 전원형 실버타운
타인과 교류보다 독립성이 중요함 개인형 거주 형태
병원 접근성과 편의시설을 중시함 복합의료·복지형 실버타운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가보는 것입니다. 밥도 먹어보고, 그곳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고, 주위 환경도 체크해보세요. 발품이 곧 정보입니다.


“실버타운도 감옥이 아닙니다”

가끔 실버타운을 마치 폐쇄적인 공간으로 오해하는 분들도 계시죠. 하지만 실버타운은 꽤나 자유로운 공간입니다. 드나들기 편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으며, 외부 활동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다만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자녀가 자주 찾아올 수 있는 위치인가?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과의 연결을 아주 중요하게 여깁니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도, 자녀와의 교류가 단절된다면 그것을 ‘고려장’처럼 느끼는 분들도 많죠.

“실버타운은 좋아요. 하지만 자식과 가까운 곳이라면 더 좋습니다.”
이 말이 가슴에 남습니다.


노인주택, 또 하나의 선택지

최근에는 **‘노인주택’**이라는 형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일반 아파트와 비슷하지만, 고령자들이 살기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주택이죠.
높은 층이 없고, 휠체어나 응급 호출 시스템 같은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노년기 생활에 안정적입니다.

다만 주변 이웃들도 고령자들이 많기 때문에, 노인 커뮤니티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분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원생활, 잘 준비하면 꿈이 되고 못하면 고생입니다

전원생활은 정말 잘 준비하면 인생 최고의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철저한 예행연습이 필요합니다.

교수님은 이런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보케이션(Bocation)’ – 보통 ‘Vacation’(휴가)에서 파생된 말처럼, ‘미리 살아보는 연습’이라는 뜻입니다.

“1년 동안 계절을 두 번 겪어보세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한두 주씩 시골에서 지내보는 거예요. 그러면서 ‘이 동네가 내게 맞을까?’를 체크하는 거죠.”

이런 예행연습을 통해, 그곳이 단지 ‘꿈’인지, 아니면 ‘현실 속의 행복’이 될 수 있을지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집과 공간에도 궁합이 있다

마지막으로 교수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마다 공간과도 궁합이 있어요. 집이 넓다고 다 좋은 건 아닙니다. 때론 관리가 버거워요. 하지만 최소한의 ‘복지적 공간’은 있어야 하죠. 저는 10평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휠체어가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 화장실에 무리 없이 들어갈 수 있는 너비, 이런 ‘기본’이 갖춰진 공간은 곧 삶의 질과 연결됩니다.


전원생활도, 실버타운도, 노인주택도.
모두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단, 그 선택은 나의 성향과 건강, 그리고 인간관계와 경제적 여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된 결과여야 합니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라는 말처럼, 우리의 노년 역시 경험과 지혜로 무르익은 계절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의 이야기, 여기서 마칩니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