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햄 논란, 백종원 브랜드의 위기인가 전환점인가

2025년 설 명절을 앞두고 백종원의 ‘빽햄’ 선물세트가 출시되면서 예상치 못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인식되던 백종원의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준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가격 논쟁을 넘어 현대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과 기업의 마케팅 전략, 그리고 유명인의 브랜드 파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논란의 시작, 할인율과 가격 책정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빽햄’ 선물세트(200g 9개입)를 정가 5만1900원에서 45% 할인된 2만8500원에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설 명절을 앞두고 진행된 프로모션으로, 백종원의 인지도와 함께 큰 할인율로 인해 초기에는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이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주된 비판은 빽햄의 정가가 경쟁 제품, 특히 시장 점유율 1위인 CJ제일제당의 ‘스팸’보다 높게 책정되었다는 점이었다. 스팸 9개 세트의 최저가가 2만1000원대에 형성되어 있는 것과 비교해, 45% 할인된 빽햄의 가격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품질 논란으로 번진 불씨

가격 논란은 곧 제품의 품질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소비자들은 빽햄의 돼지고기 함량이 85.4%로, 스팸(91.3%)보다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백종원이 과거 방송에서 “햄류의 가격은 돼지고기 함량에 따라 결정된다”고 언급한 것과 상반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백종원 대표는 “200g 기준 고기 함량 차이(7%)는 14g 정도로, 14g의 고기 원가는 100원이 안 된다. 100원 아끼자고 고기 함량을 줄이겠느냐”고 반박했다. 또한 “빽햄은 부대찌개용으로 개발돼 양념류가 추가되었기 때문에 고기 함량이 낮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빽햄 논란, 백종원 브랜드의 위기인가 전환점인가
빽햄 논란, 백종원 브랜드의 위기인가 전환점인가

백종원의 해명과 소비자 반응

논란이 확산되자 백종원 대표는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생산단가가 높아 원가 차이가 많이 난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의 가격은 생산 원가와 유통 마진을 고려한 적정한 수준이며,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 가격을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일부 소비자들은 “정가를 의도적으로 높게 설정한 후 큰 폭의 할인을 적용해 소비자를 속이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제품의 경쟁력이 없다고 자인한 꼴”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백종원 브랜드 이미지의 균열

이번 논란은 백종원이 그동안 구축해온 ‘가성비 좋은 외식사업가’라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백종원은 그동안 방송을 통해 골목 상권을 살리고, 소비자들에게 실용적인 레시피를 제공하며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왔다. 그러나 이번 빽햄 논란으로 인해 ‘가성비’와 ‘공익적 가치’라는 백종원의 핵심 이미지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과거 백종원이 자영업자들에게 “맛은 기본이고, 가격이 비싸면 안 된다”고 조언했던 발언이 재조명되면서, 정작 본인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본코리아의 주가 하락과 브랜드 신뢰도 문제

빽햄 논란은 더본코리아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1월 상장 이후 한때 6만4500원을 기록했던 더본코리아의 주가는 이번 논란으로 인해 상장 3개월 만에 2만 원대로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빽햄 논란으로 백종원 대표가 그동안 강조한 ‘가성비’에 대중적 의구심이 커졌고, 가공식품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더본코리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비자 의식 수준의 변화

이번 사건은 현대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유명인의 이름만 보고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가격, 품질, 그리고 기업의 마케팅 전략까지 꼼꼼히 따져보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기업들이 앞으로 제품 출시와 마케팅 전략 수립 시 더욱 신중해야 함을 시사한다.

위기 관리의 중요성

이번 사태는 기업의 위기 관리 능력의 중요성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백종원 대표의 직접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은 것은, 초기 대응이 소비자들의 의구심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신속하고 투명하게 대응하느냐가 브랜드 이미지 회복에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향후 전망과 과제

더본코리아는 결국 빽햄의 자사몰 판매를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동시에 백종원 브랜드의 신뢰도 회복을 위한 긴 여정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백종원과 더본코리아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주목된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가격을 책정하는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경쟁 브랜드와 비교해 가성비에서 우월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일방적인 해명보다는 소비자들의 불만과 의견을 직접 듣고 판매 정책에 반영하는 소통 채널을 마련하고,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적극적인 마케팅에 못지않게 가성비를 입증할 수 있는 제품 개발과 사회적 책임 활동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위기인가, 전환점인가

‘빽햄 논란’은 백종원이라는 개인 브랜드와 더본코리아라는 기업에 큰 위기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더 강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의 높아진 의식 수준에 맞춰 더욱 투명하고 정직한 경영 방식을 도입하고, 진정한 의미의 ‘가성비’를 실현하는 제품을 선보인다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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