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안전의 숨은 영웅, 활주로 안전시스템 이마스(EMAS)
항공 여행의 안전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요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이마스(EMAS, Engineered Materials Arresting System)’라고 불리는 활주로 안전 시스템입니다. 이 혁신적인 기술은 항공기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전 세계 공항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마스란 무엇인가?
이마스는 활주로 끝에 설치되는 특수한 안전장치입니다. 주로 경량 콘크리트 블록이나 발포 실리카로 만들어진 이 시스템은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할 경우 빠르게 제동을 걸어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시스템의 작동 원리는 간단합니다.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 이마스 구역으로 진입하면, 특수 제작된 블록들이 항공기의 무게로 인해 부서지면서 에너지를 흡수합니다. 이 과정에서 항공기의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어 안전하게 정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마스의 효과성
이마스의 효과는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되었습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이마스는 지금까지 22건의 활주로 이탈 사고에서 승무원과 승객 총 432명의 생명을 구했다고 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례로는 2016년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발생한 사고를 들 수 있습니다.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가 탑승한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탈했지만, 이마스 덕분에 큰 사고 없이 안전하게 멈출 수 있었습니다.
국제적 동향
이마스의 효과가 입증되면서 전 세계 공항들이 이 시스템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이미 71개 공항의 121개 활주로 끝단에 이마스를 설치했습니다.
일본의 경우도 주목할 만합니다. 도쿄 하네다 공항은 대부분의 활주로가 300m 거리의 안전구역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 제1활주로 끝에 이마스를 추가로 설치해 안전성을 더욱 높였습니다.
타이완의 타이베이 쑹산공항도 이마스를 도입한 사례로 꼽힙니다. 20년 전 발생한 활주로 이탈 사고 이후 이마스를 설치했고, 그 결과 2009년 완공 이후에는 대형기의 착륙도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한국의 현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상황은 매우 다릅니다. 현재 국내 공항 중 이마스가 설치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국내 대부분의 공항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권고하는 활주로 안전구역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ICAO는 활주로 끝에서 300m 길이의 안전구역을 권고하고 있지만, 국내 국제공항들은 대부분 240m에 그치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 공항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합니다. 사천공항은 122m, 원주공항과 울산공항은 90m의 안전구역만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개항 예정인 울릉공항, 흑산공항, 백령공항의 경우 안전구역이 45m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마스 도입의 필요성
최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우리나라 공항의 안전 시스템 개선이 시급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만약 이마스가 설치되어 있었다면 이번 사고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한국항공대학교 송병흠 교수는 “이마스는 항공기가 손상 없이 푹 빠지면서 속도만 감속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라고 설명하며 이마스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서대학교 비행교육원 김규왕 원장 역시 “우리나라도 이마스가 도입되면 좋겠다”며 “활주로를 이탈했을 때 안전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마스 도입의 과제
그러나 이마스 도입에는 여러 과제가 있습니다. 우선 비용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이마스 설치에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며, 이는 특히 중소 규모의 공항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공항 구조의 변경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마스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이미 개발이 완료된 공항의 경우 추가적인 공간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법규 개정의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규에는 이마스와 같은 ‘항공기 오버런 제동을 위한 시스템’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마스 도입을 위해서는 관련 법규의 개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향후 전망
다행히도 정부에서도 이마스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25년 개항 예정인 울릉공항에는 이마스 설치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공항 안전 시스템의 획기적인 개선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국제적인 추세를 고려할 때, 앞으로 이마스 도입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ICAO에서 이마스를 활주로 안전 개선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권고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항공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특히 활주로 이탈 사고는 전체 항공사고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이마스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비록 도입에 따른 비용과 기술적 문제들이 있지만,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충분히 인정받을 만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마스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안전한 항공 여행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