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에 찾아오는 불안, 세 가지 문제
많은 사람들이 노후를 맞이하면서 세 가지 큰 불안을 느낀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건강 문제입니다. 나이가 들어 50대, 60대를 훌쩍 넘기게 되면 이곳저곳이 아프고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에 대한 걱정이 커지기 마련입니다. 두 번째는 바로 돈 문제입니다. 육체적인 건강만큼이나 노후에 중요한 것이 바로 경제적인 안정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고독과 외로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퇴직 후 삶에 대해 돈에 대한 걱정부터 합니다. 그러나 80대 이상의 노인들은 오히려 외로움이 돈보다 더 큰 문제라고 말합니다. 오늘은 이 세 가지 불안 중에서도 ‘돈’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깊이 나눠볼까 합니다. 돈은 정신적, 육체적 건강만큼이나 중요하며, 노후의 삶을 안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자산입니다.
돈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는 언제일까요?

여러분은 우리가 평생 동안 돈을 가장 많이 쓸 때가 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들이 한창 공부할 때일까요, 아니면 결혼을 시킬 때일까요? 물론 이 시기에도 많은 돈이 들지만, 사실 우리가 가장 큰 돈을 쓰게 되는 시기는 나이가 들고 죽음이 가까워질수록입니다. 나이가 들면 병원비, 생활비, 건강 유지비 등으로 돈을 많이 쓰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병의 효자 없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아무리 자식을 위해 헌신했더라도 나이가 들고 아파서 자식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가 된다면, 누가 내 곁을 지켜줄까요? 이때 정말 필요한 것은 ‘돈’입니다. 효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돈이 효자입니다. 돈이 있으면 돌봐주는 사람도 있고, 자식 못지않게 나를 보살펴 줄 사람도 생깁니다.
노후에 자산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
하지만 노후에 이렇게 중요한 경제적 부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특히 마음이 약한 사람들이 자신의 자산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재산을 어디에 뺏기는 걸까요? 형제나 친구, 아니면 이웃일까요? 아닙니다. 가장 자산을 뺏기기 쉬운 상대는 바로 집안에 숨어 있는 전생의 ‘빚쟁이’, 즉 자녀입니다.
EBS 다큐멘터리 ‘100세 수업’에서는 비참한 노년을 피하기 위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자녀에게 모든 것을 투자하는 것’을 꼽고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은 자녀가 잘되면 본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큰 착각입니다. 노후 준비에 가장 큰 걸림돌이며,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는 이미 노후 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자녀에게 모든 것을 주는 것이 왜 위험한가?
최근에 만난 한 분의 사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분은 S 그룹의 임원으로 평생을 성실히 살아오신 분입니다. 이분 댁에는 딸은 없고 아들만 세 명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아들 많은 집이 부자라고 했지만, 요즘은 아들이 많으면 오히려 부담이 된다고들 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이분이 서울에 꽤 비싼 집을 한 채 가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아들 셋을 결혼시키려고 보니, 대기업 임원이었던 본인이 아들들에게 집 한 채씩 해주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 얼굴 보기가 민망할 것 같아 결국 본인의 집을 팔기로 결심했습니다. 서울에 중심가는 아니지만 20평대 집을 대출을 조금 껴서 아들들에게 하나씩 마련해 주셨습니다.
본인은 양평으로 이사하며 공기 좋은 곳에서 살겠다고 했지만, 이분은 평생 서울에서 살았고, 친구나 생활 반경도 모두 서울에 있었습니다. 결국 양평으로 이사한 후, 지인이나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을 때마다 서울로 올라오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자녀들도 모두 서울에 있어 자주 왕래하기 어려웠고, 노후에는 외로움이 깊어졌습니다.
이분은 후회가 가득 찬 목소리로 “내가 왜 그 집을 섣불리 팔았을까?”라며, “내가 평생 모은 재산을 아이들에게 모두 나눠주고, 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 가서 이렇게 살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셨습니다.
노후를 위한 지혜로운 자산 관리의 중요성
이렇듯 나이가 들수록 병원비, 생활비, 건강 유지비 등 예상치 못한 지출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자산을 건강만큼이나 지혜롭게 잘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속담에 “미리 주면 굶어 죽고, 밥만 주면 시달려 죽고, 안 주면 맞아 죽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많은 한국의 노인들이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집을 팔지 않고 지키려는 이유는 자녀에게 상속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녀에게 모든 것을 투자하는 것이 자녀의 성공과 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부모가 여유롭고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멀리 보면 자녀를 위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노후 대책은 자녀가 아닌 자신을 위한 것
우리가 100세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2022년 기준으로 100세 이상의 인구 수가 총 8,0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100세 이상의 인구가 더 늘어날 것입니다. 이런 시대에 자신의 재산을 지키지 않고 자녀들에게 다 내어주면 나머지 인생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따라서 내 재산도 내 건강만큼이나 지혜롭게 관리해야 합니다. 자녀가 사업이나 다른 이유로 돈을 달라고 해도, 웬만하면 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경제적이나 정신적으로 서로 의지하려 할 때 갈등이 생기는 법이니까요.
부모로서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집이나 차가 아닙니다. 오히려 부모 자신의 경제적 안정과 독립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자녀의 행복한 자립을 위해서라도 부모가 독립적으로 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녀들에게 기대기보다는 주변 사람들과 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독립적인 삶을 사는 것이 더욱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