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좀비딸이 난 너무 별로다. 솔직한 리뷰

정부지원쿠폰의 힘을 얻어, 천원이라는 초유의 금액으로 방금 영화를 보고 왔다.

오늘 본 영화는  바로 웹툰 원작 영화인 『좀비딸』이다. 이 작품은 한동안 식지 않았던 좀비 장르의 열기를 다시금 불러일으킬 것처럼 보였지만, 정작 작품을 접한 평론가와 관객들의 반응은 제각기 엇갈렸다.

좀비딸 솔직 리뷰
좀비딸 솔직 리뷰

익숙한 좀비물의 공식을 비틀어보고자 한 시도는 엿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틀을 완전히 깨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익숙함을 벗어나지 못한 좀비물의 한계

영화 좀비딸이 난 너무 별로다. 솔직한 리뷰
영화 좀비딸이 난 너무 별로다. 솔직한 리뷰

『좀비딸』은 기본적으로 ‘붕괴된 도시’, ‘몰려드는 좀비’, 그리고 ‘생존을 외치는 인간들’이라는 전형적인 좀비물의 도식을 따르고 있다. 이 구조는 이미 국내외 수많은 작품에서 반복된 탓에 관객들에게는 더 이상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좀비딸』이 이를 가족 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로 풀어내려 한 시도는 흥미롭지만, 초반부 긴장감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도 많다.

초기 전개가 너무 익숙한 클리셰에 머무르면서도 극적인 위기나 반전이 부족하다 보니, 관객들은 ‘또 하나의 뻔한 좀비 이야기’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익숙한 좀비 공식과 새로운 접근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다소 밋밋하게 흘러가는 인상을 남긴다.

코미디와 감동, 모두 어중간한 장르 혼합

『좀비딸』이 기존 좀비물과 확실히 다른 지점은, 좀비를 단순히 공포의 대상이 아닌 ‘공존해야 할 존재’로 그려낸다는 점이다. 이러한 설정은 가족이라는 주제를 중심에 두고, 좀비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 따뜻함은 장르적 경계를 애매하게 만든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가족 드라마이자 코미디이자 좀비물이기도 한 이 작품은, 정작 어느 장르에서도 확고한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한다. 관객들이 기대하는 웃음, 감동, 혹은 긴장감 중 어느 것도 뚜렷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웃음도 없고, 긴장감도 없다”는 평이 이를 잘 대변한다. 특히 장르에 대한 선호가 뚜렷한 관객들에겐 더욱 밋밋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원작 웹툰의 감성을 얼마나 담아냈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언제나 원작의 감성을 얼마나 잘 살렸느냐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다. 『좀비딸』 역시 이 점에서 자유롭지 않다. 원작 웹툰의 팬덤은 영화의 설정과 배경, 캐릭터를 상당히 충실히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고증에 대한 호평을 보냈다. 그러나 문제는 실사화 과정에서 원작 특유의 유쾌한 과장과 패러디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느냐는 데 있다.

웹툰에서 느껴졌던 감동은 영상 매체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다소 ‘신파’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특히 과장된 캐릭터의 감정선이나 유머가 현실적인 연출 안에서 설득력을 잃으면서, 억지 감동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이는 웹툰을 원작으로 삼은 많은 콘텐츠들이 반복해온 시행착오이기도 하다.

배우들의 연기력에 기대어 버틴 구조

좀비딸 재미 없다
좀비딸 재미 없다

『좀비딸』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배우들의 연기다. 조정석은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극 중 인물을 유쾌하게 그려내며, 이정은은 생활밀착형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현실적인 공감을 안겨준다. 여기에 신예 최유리의 신선한 얼굴도 더해져 영화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일조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영화의 재미 대부분이 배우 개인의 연기에 의존했다는 점이다. 연출이나 각본의 완성도보다는, 배우의 캐릭터 해석력과 순간적인 호흡으로 극을 이끌어간다는 인상이 짙다. 이는 곧 작품 자체가 가진 힘보다는, 출연진의 역량에 기대고 있다는 의미이며, 영화의 서사나 구조적인 측면에 대한 아쉬움을 낳는다.

신선함은 노렸지만, 이미 존재했던 공식

『좀비딸』의 핵심 메시지는 좀비를 제거하거나 혐오의 대상으로 그리는 기존의 시각을 뒤집고, 함께 살아갈 존재로 그려낸다는 점이다. 이는 확실히 기존 좀비물과 차별화되는 설정이다. 하지만 이런 발상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2013년에 개봉한 미국 영화 <웜 바디스(Warm Bodies)>는 좀비와 인간 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로 인한 감정적 회복을 중심으로 ‘좀비 로맨스’라는 독특한 장르를 선보인 바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변주는 존재해왔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좀비라는 설정 안에 학원물과 사회 비판적 요소를 녹여냈고, <해치지 않아>처럼 코미디와 공존을 결합한 시도도 이어졌다. 그렇기에 『좀비딸』의 설정은 단지 신선함만으로 관객의 이목을 끌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해외와 국내 좀비물 속 ‘공존’ 서사 비교

작품명 국가 주요 메시지 좀비의 존재 의미 장르 혼합 여부
좀비딸 한국 가족애, 공존 사회의 일원, 배려 대상 가족극 + 코미디 + 좀비물
웜 바디스 미국 사랑, 자아 회복 감정 회복 가능 존재 로맨스 + 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 한국 생존, 계급 구조 인간성 상실의 상징 학원물 + 좀비물
킹덤 한국 권력과 진실 조선시대 정치 은유 사극 + 좀비물

이 표에서 보듯, 『좀비딸』이 공존이라는 테마를 시도한 것은 분명 의의가 있지만, 유사한 주제를 다룬 작품들이 이미 많았고, 그 안에서 『좀비딸』이 보여주는 시선은 다소 평이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좀비딸』은 좀비라는 익숙한 소재를 통해 가족애와 공존이라는 주제를 전달하고자 했다. 이는 기존의 좀비물과는 다른 지점이며, 이러한 시도 자체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발생한다.

장르 간의 완급 조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감동도, 웃음도, 긴장도 반쯤만 전달되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 전개 역시 다소 밋밋하게 흘러가다 보니, 영화 전체가 배우들의 연기에 의존한 채 끝나버리는 인상을 준다. 관객들은 이야기의 힘보다는 배우의 개성에만 집중하게 되고, 이는 서사 구조의 약점으로 연결된다.

또한 웹툰을 원작으로 삼은 작품으로서, 원작 팬들에게는 고증 면에서 반가움을 안겼지만, 원작을 모르는 일반 관객들에겐 억지 감정과 유머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원작의 감성이 실사화 과정에서 일부 왜곡되거나 희석되었다는 지적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비판이다.

결국 『좀비딸』은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 감동과 웃음 사이에서 방향성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마무리된 작품이다. 시도는 있었으나, 그것이 정교하게 마감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 큰 가능성을 품을 수 있었던 영화라는 점이 오히려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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